밥에 비벼 놓으면 파리가 빨아먹고 죽는 파리버섯
한국농수산대학 버섯학과 교수 장현유/hychang@af.ac.kr
파리버섯을 밥에 비벼 놓아 파리가 붙으면 밥그릇 내에서 죽거나 밥그릇 주위에 떨어져 죽는다. 살충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농촌에서 이 파리버섯을 짓이겨 파리를 제거하는데 흔히 사용하였다. 파리버섯은 여름부터 가을에 적송, 참나무, 밤나무 주변 7-8부 능선 또는 그 위에 바람이 잘 불고 건조한 곳에 발생한다. 야생 파리버섯으로부터 균사체를 분리하여 대량 증식하여 친환경 살충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국내외를 통하여 아직 연구가 미진한 상태이다. 광대버섯과(Amanitaceae)에 속하며 갓 표면은 황갈색 또는 황토색이며 가장자리는 연한 색이고 전면에 백색 또는 연한 황색 가루 모양의 사마귀가 산재한다. 주름살은 빽빽하게 많다. 대주머니는 백색의 가루 같은 것이 있다. 발생은 여름에서 가을사이에 침엽수림 또는 활엽수림의 흙에 무리지어 발생한다. 분포는 한국에서 변산반도국립공원, 덕유산, 가야산 등에서 많이 발생하고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식용이 불가능한 일종의 독버섯이다. 스위스 의학자 파라셀수스는 “독성이 없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약은 곧 독이다”라고 설파했다. 몸에 좋은 약이라도 용량을 초과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독이 된다는 뜻이다. 즉, 독과 약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며 어떤 맹독물질이라도 양을 더하거나 줄임으로써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독’은 위험하고 해로우며 ‘약’은 안전하고 이롭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독과 약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독과 약의 차이는 물질이 가진 성질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독은 한국어로는 통틀어 ‘독’이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독을 나타내는 단어를 ‘포이즌(poison)', '톡신(toxin)', '베놈(venom)'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사용한다. 포이즌은 천연 독과 화학적으로 합성한 독 전부를 가리키며, 톡신은 병원균과 같은 생물에 의한 독소를 나타낸다. 그리고 베놈은 동물 독 중 특히 독사나 전갈, 벌 등 독샘을 가진 생물이 분비한 독을 가리킨다. 이 버섯은 일찍부터 환각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원전 2000년부터 이미 종교의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에서도 파리버섯이 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정도이다. 이 환각효과는 이보테닉산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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